근혜철수뎐 - 조광수 지음/한국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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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후보 중 박근혜와 안철수를 품인 한 책 《근혜철수뎐》을 읽었습니다. 한경BP에서 펴내고 조광수가 쓴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 참 불편한 책입니다. 저자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사람을 품인(品人)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품인에 앞서 그 사람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책머리에 5.16쿠테타와 유신 등 아버지인 박정희의 불편한 진실에 박근혜의 입장을 《논어》의 <자로>편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사람다움'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나라의 윤리보다 가족의 윤리가 우선한다."고 옹호합니다. 그래선지 공자의 말씀으로 지금 박근혜를 위한 책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에필로그에선 '안철수 현상'을 "매우 퇴행적이고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단정지었으니 서두에서 두 인물을 객관적으로 품인하려고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은 그저 공허롭기만 합니다.
또한, 저자는 박근혜와 안철수를 품인하는 데 각각의 다른 패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헤를 품하는 패턴은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점을 덧붙이며 결국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며 마무리합니다. 반면에 안철수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시작해서 다소 모호한 긍정을 몇 줄 첨가하고 결국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에 대한 글에선 "다만" "하지만" "어쨌거나" "문제는" 등의 부정적인 접속사가 꼭 등장합니다. 특히 "문제는... 점이다"는 문구는 심심찮게 즐겨 사용합니다. 전체적으로 할애된 지면을 보면 안철수 편이 월등히 많고 박근혜는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소 비약적인 내용도 적잖이 눈에 띄는데 《삼국지》의 인물 중에서 "자기 성찰과 배려 등 유가적 소양을 가장 많이 갖춘 전형적인 군자"인 조자룡이 정답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10대 소녀 시절의 박근혜가 그런 의미까지 체득했는지는 모를"일이지만 " 의미 있는 것은 그가 초등학생 때 《삼국지》를 읽었다는 사실이며, '특히 조자룡을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라는 대목이 특히 그렇습니다. 초등생이 단지《삼국지》를 읽었고 조자룡을 좋아하는 것이 왜 대선주자를 평하는 데 의미 있는 일이 되는지 제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정치를 바둑이나 강호와 같은 대결구도와 권력게임 등으로 묘사하는 대목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정치를 권력 게임이라고 말하고 "권력을 가진 군주는 선하지 않게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배운 바를 경우에 따라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려 권력층의 '거짓 게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권력 현상이다. 어떤 정치나 사회도 권력 현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리더가 역할과 책무를 다하려면 권력 행사가 필수적이다. 싫든 좋든 리더는 권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품위 있는 정치나 도덕적인 정치를 실현하는 데도 (우아하게 행사할 수만 있다면) 권력은 활용되어야 한다. " 라는 대목은 이렇게 텍스트로 옮겨질 수 있는 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니 실제로 권력을 앞세워 못 하는 일이 없다지만 지금이 마키아벨리가 살던 절대군주시절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저자는 한 술 더 떠 안철수에게 권력이라는 사회적 게임을 즐기기를 권하면서 "권력 게임을 하는 데 있어 늘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은 하수"라고 일축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긴 경제적 겨울에 접어들었"고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향후 5년 동안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민이 열에 일곱"이라고 말입니다. 풍요와 사치를 즐기던 호시절은 끝났으니 이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가난해도 즐길 줄 알고 풍족해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는 공자의 말처럼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마음이 넉넉한 우아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일갈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삶의 아이러니라는 게 이러하다. 정작 물질적으로 풍성할 때는 마음의 빈곤을 느끼고, 물질적 결핍이 있으면 오히려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정신이 풍요해진다. 그런 뒤죽박죽을 겪으며 사람은 성숙해진다. 나아가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 큰 자유인이 많아야 우아한 세상이다. 나라의 품위인 국격이 높아지고 선진화되는 것도 그런 이치다." (196쪽)
예컨대 가난은 예견되었으니 물질적 결핍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라고 강변하는 대목입니다. 맥락상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빗댄 말로 읽힙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제도 가난했고 오늘도 가난한 것을 저자는 모르는 걸까요? 말을 줄이겠습니다. 어쨌든 이 책에서 저자는 "태산" 같은 깊은 내공을 지닌 준비된 박근혜와 아직 강호에 나오기엔 이른 안철수를 이야기하며 선택은 국민의 몫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누가 권력 게임에서 승리하더라도 가난은 피할 수 없음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
쓴소리만 잔뜩 남긴 유일한 책이 되었습니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한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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