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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Poetry

김수영 - 「풀」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 . 김수영, 1921-1968, image src - '통제'와 '금기'의 시대를 온몸으로 밀고 나간 시인 김수영의 마지막 시이다. 어린 시절 이 시를 일기장에 필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좋았다. 한 행 한 행 읊조리는 데 그때 느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아프기만 하다.
화혼시(回巹詩) - 다산 정약용 回巹詩 화혼시 六十風輪轉眼翩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穠桃春色似新婚 짙은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生離死別催人老 나고 죽는 것과 헤어지는 것이 사람 늙기를 재촉하지만 戚短歡長感主恩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此夜蘭詞聲更好 이 밤 목란사 소리 더욱 좋고 舊時霞帔墨猶痕 그 옛날 치마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아 있소. 剖而復合眞吾象 나뉘었다 다시 합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의 모습이니 留取雙瓢付子孫 한 쌍의 표주박을 자손에게 남겨 줍시다. +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 남긴 마지막 시이다. 다산은 부부의 회혼일인 1836년 2월 22일에 회혼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일가, 제자들 가운데 서거한다.
풍도(馮道) - 설시(舌時) 舌時 (馮道)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혀는 몸을 찌르는 칼이니 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牢 안신처처뇌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평안할 것이다. 풍도(馮道, 882-954) 唐이 망하고 宋이 설 때까지 53년 동안 흥망한 다섯 왕조(후당(後唐) 후량(後梁) 후주(後周) 후진(後晉) 후한(後漢)를 )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 한 명의 임금(五朝 八姓 十一君)을 섬긴 정치가로 처세에 능한 인물. 燕의 유수광 晉의 장승업에 의해 발탁. 후당 장종시 한림학사를 시작으로 30년동안 고관으로 지냈고,재상만 20년이 넘음. + 근자에 알콜 기운을 핑계로 말실수가 잦습니다.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될 것을..... 풍도의 '설시'를 교운삼아 ..
폐퇴피 샹돌 <희망> Petofi Sandor 1823-1849. 헝가리 시인 희망이란 무엇이더냐? 탕녀로다. 그녀는 아무에게나 웃음을 팔고 모든것을 바친다. 그대가 고귀한 보물 - 그대의 청춘을 바쳤을 때 그녀는 그대를 버린다.
[고시조] 오경화 <곡구롱 우는 소리에> 곡구롱 우는 소리에...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오경화(吳擎華) 연대 미상. 잔느 자형(子衡), 호는 경수. 시조3수가 전하나 신원은 미상이다. 곡구롱(谷口弄) : 꾀꼬리 우는 소리의 한자 의성어. 며늘아기 : 며느리의 애칭. 마초아 : 때마침. 시조 종장 첫머리에 감탄의 뜻을 겸하여 흔히 쓰인다. 지어미 : 마누라. 아내. 꾀꼬리 우는 소리에 낮잠을 깨어 일어나 보니, 작은 아들은 책을 읽고, 며늘아기는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고 있는데, 손자 놈은 그 옆에서 꽃 놀이에 여념이 없다. 때마침 마누라는 익은 술을 거르면서 잘 익었는가 맛을 보라고 한다. + 김정한의 에 나와 아래 출처에서 ..
다산 정약용 - 얄미운 모기, (증문, 憎蚊)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布衾密包但露頂(포금필포단로정) : 베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 금방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頰雖自批亦虛發(협수자비역허발) : 제 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