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김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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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잘 살았던 사람들은 복고를 주장하고, 현재 잘사는 사람들은 현상 유지를 주장하며, 아직 잘 살아 보지 못한 사람들은 혁신을 주장한다. 대체로 이러하다. 대체로! "
중국의 문학혁명가 노신(魯迅)의 말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60억 인구 중에 자신의 것을 내주고 희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숙연해질 정도로 진리에 가까운 말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를 들여다보면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보입니다. 가진 게 많아 그걸 지키려는 보수와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우리도 좀 잘 살아보자'를 외치는 진보, 하지만 사람 욕심이 아무리 가진다고 그 욕심이 수그러듭니까? 그러니 보수는 철저히 자기 밥그릇을 조금 더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진보는 상대적으로 다수인 국민을 등에 업고 그걸 견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적잖은 진보의 국회의원이 굶는 국민보다는 자기들 밥그릇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서로 물어뜯고 상처 입고 정말 개판이 따로 없지요.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요? 아니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더 웃긴 건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자들과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가스통'을 짊어지는 좀 더 복잡 미묘한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제대로 된 정치가 되겠습니까?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압니다. 바꿔야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보수는 '일당백'이라고들 하죠. 세월이 흘러 조금씩 그 힘이 약해지고는 있다지만 위용만은 대단합니다. 오죽하면 전두환이 해병대 사열을 다 받겠습니까? 그 판에 안철수가 끼어든다고 합니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말이죠. "선하면서 강할 수 있지 않냐"던 안철수의 말에 힘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지요.
《안철수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제정임 교수가 대담 형식으로 나라 현안에 대해서 문답의 형식이 텍스트화한 책입니다. 당연히 읽어봐야지요. 혹 너무 올곧아 부러진 고(故) 노무현 대통령 그 이상의 아우라를 발견하지 못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생각을 붙들고 안철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워낙 다독(多讀)과 깊은 사유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청춘 콘서트를 통한 젊은이들과의 소통으로 공고해진 내공은 이미 알려졌지만,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제 소견에선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우려 섞인 한숨이 먼저 터져 나옵니다. 가시밭길입니다. 눈에 훤합니다. 피라니아가 득시글대는 아마존 강에 떠밀려 건너겠다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와 함께할 지... 어쩌면 앞서 얘기한 노무현 대통령 이상의 아우라를 이 책에서 느끼지 못한 것도 한숨을 보탭니다. 선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요구한다는 목소리에 서슴없이 나일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런 '희생'의 이미지가 제게는 너무 착하게만 보입니다.
안철수는 표면적으로는 진보에 가깝지만 좀 더 원론적입니다. 이상적인 생각으로 점철된 그의 '생각'에서 거대한 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그래서 "인물을 보고 투료하라고 했"었고 - 전 그때 인물은 그 밥에 그 나물 이란 생각이 강했죠. 그래서 인물보다는 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엔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 - "과연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꼼꼼히 따진다면 정당이 국민을 무서워하면서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사람을 영입하려 노력할 것이고, 그러면 정당정치가 복원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다고 강변합니다. 백번 옳은 말이지요.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렇습니까?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이 프레임 밖을 볼 수 있는 혜안도 부족하구요.
그가 언급한 현안에 대해선 더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한두 번 고민해서 낸 대안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천 원 한 장에 앙앙불락 대는 소시민으로서 우리 같은 사람들 숨 쉬게 해주고 못된 짓 해서 돈 버는 사람들을 철저히 가려내서 결국은 우리나라 잘 살게 해주겠다는 데 무슨 말을 덧붙이겠습니까? 그 길이 험난한 길임을 알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면 뒤로 가지는 않겠다 싶은 거지요.
공권력과 재벌기업, 거대 언론들 필두로 현재 힘 좀 있는 자들이 제 밥그릇 지키려고 않으려고 물어뜯는 피라니아가 될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한, 상당수의 중산층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그도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곧 앞으로 나아가겠죠.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 정치 경험이 부족한 그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정말 많은 걸 이룰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니 그런 걸 이룰 수 있도록 마중물의 역할을 성실하게 그리고 굽히지 않는 추진력을 보여줄 겁니다.
정치의 세세한 부분은 잘 모르지만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이 서평을 핑계 삼아 끼적여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실망을 한다고 합니다. 기대만큼 아니라는 얘기지요. 당신은 뭔가 다른 걸 내놨어야지 하는... 그럼에도 맥락상 -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에서 - 다분 위악적 이겠지만 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이 현실이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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