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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들을 그 거대한 자연의 그 혹독한 시련 속으로 이끌었을까?
요즘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나름의 목적을 - 나름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 반영해서 정한 기준이 있습니다. 그 나름의 목적은 '역사' 즉,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며 재미는 옵션입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염두에 둔 기준인데 그러한 나름의 '공부'의 목적이 반영되다 보니 재미를 느끼는 요소에도 지금까지의 단순한 '시신경의 자극'이 아닌 '느낌'으로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 영화는 슬라보미어 로이즈(Slavomir Rawicz)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책 《The Long Walk》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그러한 요즘의 기준에 적합하며 나름의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기초가 된 독일과 소련의 폴란드 합동 침공과 분할점령,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영화는 폴란드인인 '야누스'가 아내의 위증으로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의 강제 수용소 '캠프 105'에 수감되고, 그를 포함해 7명의 수감자가 탈출해 눈보라를 뚫고 바이칼호수를 따라 몽골, 중국의 만리장성 그리고 고비사막을 지나 인도에 이르는 장장 11개월에 걸쳐 65,000Km를 걸어서 탈주한 고행의 기록 그 자체입니다.
등장 인물 중에 '친절은 곧 죽음을 부른다'며 야누스에게 쓰디쓴 충고를 했던 '미스터'로 불리던 에드 헤리스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그는 수감자들이 이동하다 눈보라에 갇히자 숲으로 대피하는 게 살길임을 알리는데 자신의 머리에 겨눠진 총부리에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총구를 뒤로하고 숲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행동의 표현이었기에 무리 전체를 숲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그가 육체적인 고통으로 고비사막에서 생을 마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육체적 고통도 결국 인간의 살고자하는 의지보다 강할 수는 없나봅니다. 위증으로 괴로워할 아내를 위해 결코 죽을 수 없다는 야누스의 탈출 동기에 용기를 얻은 그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몸을 일으켜 길을 앞서는 장면을 연출하니 말입니다.
수용소에서 힘으로 수감자들 위에 군림했던 '발카'의 이야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가슴에 스탈린 문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발카는 몽골의 국경에 이르러 결국 조국을 떠나지 못하고 홀로 러시아에 남았고 그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납니다. 갈등을 일으키는 영화의 극적인 요소로 생각하기에 충분했던 캐릭터인데 하나못해 그 뒷이야기의 부재가 없어 아쉽습니다. '자유'를 갈망했던 악당이면서 탈주과정에서 극적인 요소를 만들지 못했던 지극히 인간적인,,,하지만 한편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둔 점에서 그의 심경변화가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초반에 굶주림에 동료를 먹자는 제의를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후 합류한 이레나의 죽음을 비롯한 소수의 낙오를 뒤로하고 그렇게 남은 이들은 살아서 인도에 입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야누스는 국제정세로 얼굴에 주름살이 잡힐 만큼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아내를 찾게 되고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처음에 던졌던 화두에 대한 답으로 떠올리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단어 '자유', 그 단어 자체가 가지는 가치의 무거움을 영화를 통해 체감한 후에 드는 생각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는 분쟁지역의 난민들과 그 과정에서 죽어간 영혼들을 떠올려봅니다. 특히 우리는 북한의 탈북자들을 품어 오고 있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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