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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Memorandom

[이상(李箱)] 오감도(烏瞰圖) 시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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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烏瞰圖)/이상(李箱)

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 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 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5일)' 발표작






며칠 전부터 마음이 편치않은 가운데 이 시의 일부가 생각나 찾아보았다. 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 지난 추석에 아버지가 뿔나셨다. 못난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말이다. 무심해서 뿔나셨다. 딸마냥 때때로 전화 한 통 넣어드리는 게 무에 그리 힘들다고... 이상은 늙어 작아진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버린 것에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그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고 아버지의 역사를 답습하게 될 무력감 등 복잡한 감정을 이 시에 표현했다. 난해하지만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오늘도 중얼거린다. 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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