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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Memorandom

[옮긴글] 배움을 시작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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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직 주견이 없기 때문에, 처음 들은 것만을 진리로 알아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그래서 둘을 들으면 앞의 하나 때문에 걸려 넘어진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알자고 하는 것이 공부인데, 하나 때문에 둘도 모르게 된다. 게다가 그 알량한 공부로 남에게 자랑못해 안달이 나서 자리도 못 가리고 젠체한다. 그러다 임자를 만나면 부끄러워 움츠러들기는커녕 기세를 북돋워 오기를 부린다. 속으로 잘못을 알아도 체면을 구길까봐 끝까지 버틴다. 그래서 사람 되려고 공부하다가 사람 버린 경우가 많다.


《다산어록청상》189쪽, <초학의 자세>



공부는 온축의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하나 배워 하나 떠들고, 둘 배워 둘 떠들면, 안으로 쌓여 고이는 것이 없다. 마른 땅 위로 소낙비 지나가듯 해서는 못 쓴다. 입을 다물면 기운이 안으로 쌓인다. 눈을 감아야 정신이 맑고 깨끗해진다. 재주를 못 이겨 나풀대기만 하면 한두 번 귀 기울이던 사람도 마침내는 비루하게 여겨 거들떠보지 않는다. 무겁고 깊은 공부를 해야한다. 묵직이 가라앚혀야지 들떠서는 못 쓴다.


《다산어록청상》191쪽, <나의 병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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