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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Memorandom

조정래 《허수아비 춤》발췌글 - 국민, 당신들은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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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당신들은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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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광그룹이 일으킨 사건의 내용을 국민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간단명료하다. 일광그룹 총수는 아들에게 그룹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80억을 증여했다. 세금 20억을 내고, 나머지 60억으로 자기세 계열사 중에서 아직 상장되지 않은 회사 넷을 골라 주식을 헐값에 사게 했다. 그런 다음 그 회사들을 상장시켜 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웠다. 그 돈이 마치 자그마치 950억, 10배가 넘게 둔갑했다.

그들의 행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 본격적으로 2단계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다시 서너 개의 계열사를 골라 BW(신주인수권부 사채)와 CB(전환사채)를 시가보다 훨씬 싸게 발행해서 이미 950억을 확보한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그 사채들은 다시금 10배 이상이 되는 마술을 부렸다.

그렇게 불어난 막대한 돈으로 아들은 그룹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한 회사를 장악했다. 그것으로 일광의 재산권과 경영권 넘기기 작업은 완료되었다. 왜냐하면 아들이 장악한 A회사는 다름 주력 계열사인 B회사의 주식을 이미 일정량 확보하고 있었고, B회사는 다시 C회사의 주식을 또 얼마큼 가지고 있었고, C회사는 다시 D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D회사는 또다시 A회사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어서 그 회사들은 소위 순환출자구조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아들은 세금 겨우 20억을 내고 매출 200조에 이르는 대그룹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황당무계한 불법 범죄 행위가 무죄가 될 수 있는가. 국민인 당신들이 노예이고 싶지 않다면 이 점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 당신들 모르게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아야 한다. 그 엄청난 경제 범죄를 무죄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니 비자금의 막강한 힘이었다.

비자금, 쉽게 말해 기업들이 온갖 탈법 위법 범법을 저질러 뒤로 빼돌려 감춘 돈이다. 몇 년 전 태봉그룹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이 매년 1조씩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은 그 탈세한 검은 돈을 이 나라의 모든 권력 기관에 다 뿌렸다. 정치인, 법조인, 정부 관료들은 물론이고 언론인, 학자들까지도 그 돈을 받어먹었다. 그러니 놀라지 마라. 재벌을 감시 감독해야 하는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융감독기관도 모두 그 돈을 달게 먹었다. 이 사태는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모든 권력이 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무죄가 될 수밖에. 좀도둑은 포승 받아도 큰도둑은 상 받는다. 우리의 속담이다.



......



재벌들이 저지르는 그 불법 행위는 분명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망치는 범죄이고,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씌워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재벌들의 경제 범죄에 대해 너무나 관대했다. 왜 그랬을까. 기업들이 잘되어야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순진함을 넘어 바보 같은 기대고 희망이었다. 그건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가 취해 있었던 환상이고 몽상이고 망상이었다. ...... 우리가 그동안 일방적으로 품어 왔던 그 기대와 희망은 바로 자발적 복종이었다. 스스로 노예 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한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데 노예중에 가장 바보 같고 한심한 노예가 있다. 자기가 노예인줄을 모르는 노예와,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도 그 고통과 비참함을 모르는 노예들이다. 그 노예들이 바로 지난 40년 동안의 우리들 자신이었다.

우리는 지난 80년대에 피 흘려 '정치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제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 경제민주화가 바로 모든 재벌들이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취해 있었던 그 환상과 몽상과 망상에서 빨리 깨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강력한 무기를 뽑아 들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로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인 '불매'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의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을 적극 벌이는 것이다. 그 막강한 소비자의 힘에 대항할 기업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그 불복으로 마침내 기업들은 투명경영을 하게 되고, 세금도 올바로 내게 된다. 그때에 비로소 '기업들이 잘되어야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말이 성립하게 된다.

투표가 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계속 신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혁명'이듯이, 우리가 단결한 불매운동은 기업들과 우리들이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혁명'이다. 우리는 그 어리석은 환상과 몽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기업들은 더욱 신바람 나게 경제 범죄를 저리르고, 우리는 점점 더 비참한 노예가 되어 간다.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왜 재벌들이 당신들에게 돈을 주겠는가.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조상들의 일깨움이다.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






- 조정래 《허수아비 춤》323~327쪽 발췌글












일광그룹의 총수는 재벌로 성장한 그룹이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룹의 모든 돈이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아우성에 빌어먹을 성장이니 분배니 하는 말을 들먹이며 자기 배 채우기에만 급급합니다. 사회환원? 개나 물어가라죠.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말이죠. 남 주기 정말 아깝습니다. 자식에게 주어야죠. 그냥 증여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 하니 외국물 먹은 머리 좋은 엘리트 직원을 스카우트해서 편법으로 단돈 20억 원에 날로 승계합니다. 그런데 그걸 나라가 그냥 보고 있을까요? 그래서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서 모두 그들에게 골고루 나눠줍니다. 돈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비자금은 누구의 돈일까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예 즉 국민들이겠죠....



다음은 바보(?)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 소비자 주권의식을 강조했던 대목에서 발췌한 글인데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되어 옮겨봅니다.


민주주의 위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여론이 지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론은 언론이 지배하고 언론은 시장을 지배하는 세력이 지배하는 것입니다.

지금 민주주의는 가치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지만, 시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이 시장이 우리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때 가치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의 정통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언론의 정통성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이윤추구 이외에는 다른 정통성은 없습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경제민주화'가 가장 큰 공약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수당 후보까지 말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소설 속에서 사는 노예였나 봅니다.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을 읽다가 컴퓨터를 켜고 제법 긴 글을 굳이 이곳에 옮겨봅니다. 전 다음 꼭지를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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