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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
.
김수영, 1921-1968, image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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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금기'의 시대를 온몸으로 밀고 나간 시인 김수영의 마지막 시이다.
어린 시절 이 시를 일기장에 필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좋았다.
한 행 한 행 읊조리는 데 그때 느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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