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ities/Poetry

다산 정약용 - 얄미운 모기, (증문, 憎蚊)

반응형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布衾密包但露頂(포금필포단로정) :  베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 금방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頰雖自批亦虛發(협수자비역허발) :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髀將急拊先已遷(비장급부선이천) :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力戰無功不成寐(역전무공불성매) : 싸워봐야 소용 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漫漫夏夜長如年(만만하야장여년) :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汝質至眇族至賤(여질지묘족지천) :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何爲逢人輒流涎(하위봉인첩류연) :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夜行眞學盜(야행진학도) :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血食豈由賢(혈식기유현) :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말가
憶曾校書大酉舍(억증교서대유사) :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蒼松白鶴羅堂前(창송백학라당전) :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六月飛蠅凍不起(유월비승동불기) :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偃息綠簟聞寒蟬(언식록점문한선) :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如今土床薦藁鞂(여금토상천고갈) :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蚊由我召非汝愆 (문유아소비여건) :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이 시는 범이나 구렁이 같은 거대한 권력의 횡포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못하고, 말단관리의 횡포에 대해서는 크게 반응하는 자신의 좁은 속마음을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보면 소시민적 기질을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산은 그 허물이 결국은 사회구조적 모순의 해결에 나서지 않은 자기의 잘못이라고 반성하고 있다.
라고 알려져 있다.




+
평소 우러러보는 다산 선생님께서 얼마나 모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으면 시로 남기셨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부조리에 저항할 길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인데 한낱 미물인 모기조차도 이기질 못하고, 더구나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는다는 표현을 썼으니......^^;;;



+
모기는 지구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생명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라져 줬으면~하고,,,,
뭐 지금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는데 일단 지구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기보다 먼저 없어져야 할 생물이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ㅋ




반응형

'Humanities > Poet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영 - 「풀」  (0) 2011.12.25
화혼시(回巹詩) - 다산 정약용  (0) 2011.12.16
풍도(馮道) - 설시(舌時)  (0) 2011.11.17
폐퇴피 샹돌 <희망>  (0) 2011.10.20
[고시조] 오경화 <곡구롱 우는 소리에>  (0) 201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