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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층에 의한 맥락화의 학습과 세뇌』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회철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일찍이 '맥락화의 함정'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복잡해서 한 가지 틀로 이해될 수 없음에도 불고하고 비슷하거나 부분적으로 유사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그것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양 위장해서 대중을 현혹하거나 지배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화의 함점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은 공산당이다. 한국전쟁의 참상이 민족의 DNA 속에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산당에 대한 거부감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반공'이라는 우산 밑에 슬쩍 끼워넣은 또 다른 우산들이다. 누군가 반공의 우산 아래 '사회주의'라는 우산을 끼워 넣으면, 반공산당과 반사회주의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사회주의자라는 말이 곧 공산당과 같은 나쁜 맥락을 형성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누군가가 이 사회주의의 우산 아래 '시장'이라는 또 다른 우산을 슬쩍 끼워넣으면,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반론은 곧 사회주의에 찬성하는 것이 되고 그것은 다시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시장경제의 폐해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결과적으로 빨갱이라는 맥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시장의 우산 아래 '기업'이라는 우산을 슬쩍 끼워넣으면 맥락화의 부비트랩은 고구마줄기처럼 이어진다. 이 경우 일부 기업의 탈세와 지배구조, 독점과 과점을 지적하는 것은 반기업적 사고가 되고 반기업적 사고는 곧 반시장, 사회주의, 공산당과 같은 맥락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끝이 없어서 누군가가 그 아래에 '재벌'이라는 우산을 다시 끼워넣으면 이번에는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은 '반재벌->반기업->반시장->사회주의->공산당'으로 연결되어 '재벌을 반대하는 것은 공산당'이라는 은밀한 맥락화의 올가미가 덧씌워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재벌이나 대기업 또는 자본주의의 문제점, 시장경제의 부작용,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을 거론하는 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좌파'라는 말이 나쁜 뜻이 아님에도 좌파로 규정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렇게 규정되지 않기 위해서 말을 조심하게 된다. 결국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고 기득권에 유리한 것들만 옮고 친기업적이며 시장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이며 반공적인 것으로 찬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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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의 2장 세상과의 대화편을 읽던 중 공유하고 싶던 내용(p110)이 있어 여기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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