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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Social.Polinomics

선택의 기로에 서서 - <골든타임> 11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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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은 요즘 제가 즐겨보는 드라마입니다. 평소 드라마는 즐겨보지 않지만, 이슈를 끌어내는 드라마는 뒤늦게라도 챙겨보는 편입니다. 주인공 캐릭터 최인혁(이성민 분) 선생의 아우라가 대단합니다. 매회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 소위 명품 드라마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 지난 11화에 나왔던 화두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응급실에 두 명의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한 명은 형사이고 또 한 명은 아이를 납치한 유괴범입니다. 둘 다 생명이 위급합니다. 그런데 수술실은 하나만 사용할 수 있고 먼저 수술을 받지 못한 한 명은 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 상황에서 최인혁 교수는 유괴범을 선택합니다.



"의사로서 이순간이 나도 괴롭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것과 좋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쁜 것과 덜 나쁜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순간이야"

"어떻게 유괴범과 경찰을 같은 저울에 두십니까..?"



위는 최민혁 교수 그리고 아래는 인턴 이민우(이선균 분)의 말입니다. 선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각자 저마다의 저울질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잣대로 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은 갈리게 됩니다. 최인혁 교수와 달리 이민우는 다친 두 환자를 두고 유괴범과 형사라는 도의적인 잣대를 사용했고 자신의 선택과 다른 결정으로 죽게된 형사를 보고 괴로워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예전 공리주의에 입각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시청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질문이 생각나 옮겨봅니다.



전차 사고로 6명이 실려왔습니다. 5명은 그리 심하게 다치지 않았고 1명은 중상입니다. 여러분은 하루 종일 중상을 입은 환자만 치료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5명이 죽습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5명을 치료해 건강을 회복시킬 수도 있죠. 그러면 중상을 입은 1명이 죽습니다. 당신이 의사라면 5명의 생명을 구하겠습니까? 아니면 1명의 중환자를 구하겠습니까? 이때 그 수업을 듣던 하버드생들은 대다수 5명을 선택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질문합니다. 5명의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있습니다. 한 명은 심장, 한 명은 폐, 한 명은 신장, 한 명은 간, 한 명은 췌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옆방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건강한 남자 하나가 있고 그 남자의 장기를 이용하면 5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에선 대다수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자는 결과론적 추론이 후자는 도덕적인 추론이 사용되었고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5명이 죽는 것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낫다"는 추론이면 후자의 건강한 사람은 죽는 것이 옳겠습니다. 물론 그 강의에서 샌델은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책과 강의를 모두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다분 인간 중심의 잣대이고 - 예를 들어 인간을 위협하는 생물을 '괴물'이라고 표현하듯이 - 그런 맥락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화두를 꺼낸 샌델은 결국 벤담의 공리주의에 입각한 결과론적 사고에 힘을 실어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다시 <골든 타임>으로 돌아와서 형사와 유괴범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인혁 교수의 이성적인 잣대는 단연 돋보입니다. 그렇다고 극적인 대립을 이끌었던 인턴 이민우의 도의적인 잣대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인턴 이민우는 훗날 같은 상황에서 최인혁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유괴범을 선택하겠죠. 하지만 화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성과 감성을 두고 우리는 이성이 옳다고 판단하지만, 단순하게 이성적인 잣대가 옳다라고 이야기하기엔 감성의 영역이 너무 넓습니다. 이성은 감성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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